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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스펙 쌓기 열풍, 그 원인과 해법 모색

밥먹자용 2024. 5. 24. 22:55

 

한국 사회에서는 학벌, 어학성적, 자격증 등의 스펙을 쌓는 것이 취업의 필수 조건처럼 여겨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 청년실업률이 7.8%에 달할 정도로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펙을 쌓는데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스펙, 진정한 실력의 잣대가 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스펙이 과연 업무 능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813명의 기업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1%가 "지원자들이 해당 직무 역량은 갖추지 못한 채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현재의 스펙이 실제 업무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과도한 스펙 경쟁은 청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 결과, 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은 우울감을 호소하고, 85%는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펙 쌓기에 매몰된 나머지 정작 청년 개개인의 행복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스펙, 교육 불평등 심화시켜

 

특히 스펙 형성에 있어 부모의 경제력이 미치는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다. 경제적 여건이 좋은 가정의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질 높은 사교육을 받고, 해외 연수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스펙을 쌓을 기회를 얻는다. 실제로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하위 20% 가구의 11배 이상인 약 116만원에 달한다.

 

반면 이렇게 만들어진 화려한 스펙이 개인의 실력을 온전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 기회와 자원이 좌우되면서, 여기서 만들어진 스펙은 개인의 능력이라기보다는 환경적 요인의 산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스펙 쌓기 경쟁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고, 계층 간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직무 능력 중심의 공정한 채용 관행 확산되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채용 관행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주목받는 직무 중심 블라인드 채용이 대표적이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올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은 42.5%로 전년 대비 6%p 증가했다.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직무 적합성과 업무 역량, 성장 잠재력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삼성,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직무 역량 평가 비중을 높이고,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를 뽑기 위해 열린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처럼 직무 능력 중심의 공정한 채용 문화가 자리잡는다면 스펙에 목매는 과열 경쟁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취업 역량 강화 위한 교육-채용 시스템 혁신을

 

 

물론 정부와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공-진로 연계 교육을 내실화하고, 현장실습 기회를 늘리며, 맞춤형 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청년들의 취업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정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해 누구나 필요한 역량을 함양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DT(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를 맞아 이제는 단순 이론 지식이 아닌 데이터 분석력, 문제해결력 등이 강조되고 있다. 특정 스펙에 매달리기보다 자기주도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교육과 채용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할 때다.

 

실력 중심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 시급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내실 있는 실력과 역량을 갖추고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자세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스펙에 인생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미래를 고민하며 경력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상호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실력 중심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내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