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비만: 비만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비만과 건강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만은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Metabolically Healthy Obesity, MHO)'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비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MHO)이란?
MHO란 비만하지만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의 대사지표가 정상 범위에 있는 상태를 말한다. BioSHaRE-EU Healthy Obese Project에서는 MHO를 정의하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는데, 덜 엄격한 기준은 연령 및 흡연을 고려하여 BMI가 30 이상이지만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로 정의하였다[1].
실제로 미국과 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BMI가 30 이상인 비만 인구의 약 1/3이 MHO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인슐린 감수성, 혈압, 혈중 지질, 염증 수치 등이 모두 정상 범위에 있었다[2].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정상 체중(MUNO)
반면 정상 체중이라 하더라도 대사 이상을 동반하는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정상 체중(Metabolically Unhealthy Non-Obese, MUNO)' 집단도 존재한다. 이를 '마른 비만(Normal-weight Obesity)'이라고도 하는데, 외견상 마른 체형이지만 내장지방이 많고 대사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를 말한다.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
초고도 비만 환자들 사이에서는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는 특정 질환에서 오히려 비만한 사람의 사망률이 더 낮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심부전 환자의 경우 BMI가 30~35인 비만 환자군의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3].
한국인 비만 유병률과 대사적 건강 상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비만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남성의 경우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여성의 경우 비만율의 큰 변화는 없지만 MHO가 증가 추세라고 하며, 이는 20~30대 젊은 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4].
대사 건강 평가 지표와 진단 도구
대사 건강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는 혈당, 인슐린 수치,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허리둘레 등이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진단 도구로는 경구당부하검사, 체질량지수, 이중에너지 방사선 흡수법(DEXA), 연속혈당측정기 등이 활용되고 있다.
대사 건강 유지를 위한 생활습관 관리

대사 건강과 비만의 관계에서 주목할 점은 생활습관의 중요성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은 대사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염증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5].
식단은 탄수화물, 지방의 과다섭취를 피하고 과일, 채소, 통곡물, 좋은 지방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 가공식품, 정제 탄수화물, 포화지방, 나트륨 섭취는 제한해야 한다. 이들 성분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염증 등 대사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6].
대사 건강 개념이 비만 관리에 주는 함의
이처럼 최신 연구들은 비만과 건강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BMI만으로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개인의 대사적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MHO 집단이 정상 체중이지만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것이다[7]. 이는 비만 자체보다 대사 건강 상태가 질병 위험과 더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MHO가 비만 해결의 궁극적 대안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MHO 개념은 비만 관리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단순히 체중 감량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대사 건강 개선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요약하면, '대사 건강' 개념은 비만에 대한 기존 인식에 변화를 주고 있으며, 비만 관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사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운동,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대사적 건강과 비만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서 보다 효과적인 비만 예방 및 관리 전략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개개인 역시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을 통해 대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ferences
1. Stefan N, et al. Lancet Diabetes Endocrinol 2013;1:152-162
2. Ortega, et al. Eur Heart J 2013;34:389-97
3. Wang ZJ et al., Diabetes Vasc Dis Res 2017;14:516-521
4. Jung, et al. J Korean Med Sci 2014;29(12):1597-1605
5. Piercy KL, et al. JAMA 2018;320(19):2020-2028
6. Mozaffarian D. Circulation 2016;133(2):187-225
7. Ortega FB, et al. J Am Coll Cardiol 2013;61(19):1935-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