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만약에

if-만약에) 빛의 속도가 무한하다면? : 무한대의 세계

밥먹자용 2024. 5. 8. 09:40

 

 

 

우리가 사는 이 우주에서 빛의 속도는 진공에서 초당 약 30만 km로 일정합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그 어떤 물질도 빛의 속도를 초과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빛의 속도가 무한대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단순히 더 빨라진다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먼저 광속이 무한대라면 우리 우주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빛이 무한한 속도로 움직인다면, 우주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빛이 즉시 도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보이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할 것입니다. 우주의 모든 별과 은하에서 나오는 빛이 지체 없이 우리에게 도달하기 때문이죠. 심지어 138억 광년 떨어진 빅뱅 직후의 모습마저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한한 속도의 빛은 물리학의 대전제를 무너뜨릴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공간의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빛의 유한한 속도로 인해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빛의 속도가 무한대라면 공간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으므로, 시공간 연속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는 기묘한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또한 인과율의 붕괴도 피할 수 없습니다. 만약 빛이 무한한 속도로 움직인다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건들 사이의 시간 간격이 사라지게 됩니다.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일어나게 되는 셈이죠. 이는 사건의 선후관계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인과율이라는 물리학의 대원칙을 무너뜨립니다. A라는 사건이 B의 원인인지, B가 A의 원인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빛의 속도가 무한대라는 가정은 양자역학에도 혁명을 가져올 것입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습니다. 측정 과정에서 빛을 매개로 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빛의 속도가 무한대라면 이 상호작용이 즉각적으로 일어나 측정에 의한 교란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는 불확정성 원리를 무력화시켜, 양자역학을 결정론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만드는 중대한 변화입니다.

 

물론 이러한 광속 무한대의 세계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빛의 속도가 무한대라면 빛 한 개의 광자가 무한한 에너지를 가져야만 하는데, 이는 질량-에너지 동등성 원리에 위배됩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다 합쳐도 무한한 에너지에는 턱없이 부족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사고실험을 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빛의 유한한 속도가 우리 우주를 지탱하는 기본 원리임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것이 무너진다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인과율, 시공간의 속성,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 등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됩니다. 광속 불변의 원리는 단순한 물리 법칙을 넘어, 우리가 실재를 인식하는 근간이 되는 셈이죠.

 

결국 빛의 유한한 속도는 자연의 섭리이자,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지적 토대가 됩니다. 그 한계를 사고실험을 통해 넘어서 보는 것은, 숨겨진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과학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빛의 한계는 궁극적 물음에 대한 인류 지성의 도전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자극하는 원동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