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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에 치여 환생한다고? - 이세계 전생물 속 죽음의 로망을 운반하는 트럭

밥먹자용 2024. 5. 3. 08:03

SF와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동 수단, 트럭

일본 라이트노벨 장르에서 이세계 전생물이 대세를 이루면서 주인공이 트럭에 치여 죽는 설정이 하나의 클리셰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하필 트럭일까? 버스나 승용차가 아닌 트럭과 이세계 행의 조합은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운명을 실어 나르는 짐승, 환생 트럭의 상징성

트럭은 물류와 교통을 담당하는 현대 문명의 상징이자, 때로는 인생의 굴곡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품 속 트럭은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을 깨뜨리고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운명의 존재로 그려진다. 육중한 무게와 거대한 차체는 개인의 의지로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힘을 형상화한다.

판타지를 향한 일탈, 트럭에 투영된 무의식

트럭에 치여 즉사한다는 설정은 무의식중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욕망을 반영한다.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향하고픈 열망이 트럭이라는 공포의 대상을 통해 표출되는 것이다. 여기서 판타지는 현실의 연장이 아닌, 트럭에 깔려 죽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으로 그려진다.

자기혐오의 극복인가, 오타쿠적 망상의 결정체인가

이세계 전생물의 주인공들은 대개 평범하고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에게 트럭은 자신을 옥죄던 현실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계기이자, 그토록 동경하던 판타지 세계로 건너가는 입구와도 같다. 트럭 사고는 겉보기에는 비극적이지만, 이면에는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한편으로 트럭에 치여 죽어야만 이세계에 갈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망상은 오타쿠 문화의 병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욕망을 싣고 환상을 향해 질주하는 트럭

결국 환생 트럭은 자신을 옭아매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돌진하고 싶은 오타쿠들의 욕망을 대변한다. 주인공이 트럭에 치여 죽는 순간은 기존 현실과의 단절이자, 동시에 판타지 세계로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트럭은 오타쿠들의 자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인 복합적인 기호라 할 수 있다. 작품 속 트럭에 깔려 죽는 주인공들의 죽음이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엄연히 그들 나름의 저항이자 도전이다. 욕망을 싣고 환상을 향해 질주하는 트럭에 몸을 맡김으로써, 그들은 비로소 자신만의 인생 2회차를 시작하는 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