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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와 제6의 대멸종 시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밥먹자용 2024. 5. 27. 18:24

 

 

인류세(Anthropocene)는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새로운 지질시대로 제안된 개념이다.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폴 크루첸(Paul Crutzen)이 2000년에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인간(Anthropo)과 새로운 시대(cene)의 합성어로, 인류가 지구의 지질과 생태계를 변화시킬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류세 시대의 도래와 그 징후들

 

인류세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징후는 여러 측면에서 나타난다. 무엇보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급격한 증가가 두드러진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해 왔는데,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세 이전에 비해 무려 40% 가량 증가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을 빠르게 상승시키고 해수면 상승, 빙하 감소, 이상기후 등 전 지구적 환경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인간에 의한 토지 이용 변화도 지구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작지 확대와 도시화로 인해 광활한 삼림이 파괴되고, 토양 유실과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지구 육지 표면의 약 75%가 인간 활동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세와 제6의 대멸종

 

 

인류세의 또 다른 특징은 야생동물의 대규모 멸종이다.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상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현재 평가대상 동식물종의 약 28%인 4만1천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지난 4억년 동안 자연적으로 발생한 5차례의 대멸종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전례없는 속도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근본 원인은 인간 활동에 있다. 서식지 파괴와 남획, 외래종 유입과 환경오염 등 인위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열대우림의 급속한 파괴로 인해 오랑우탄의 개체수는 지난 60년간 80% 감소했으며, 밀렵으로 매년 약 3만 마리의 코끼리가 희생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수십 년 내에 지구 생물종의 최대 5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는 생태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재앙적 수준이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먹이사슬 교란과 생태계 불균형을 초래하고, 그 영향은 인간사회에도 되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6의 대멸종이 인류에게 주는 경고

 

역사상 대멸종은 지구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촉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5차 대멸종의 경우,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 생물종의 70% 이상이 사라졌다. 이처럼 대규모 멸종은 수백만 년에 걸쳐 생태계 전반에 큰 혼란을 야기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의 대멸종이 자연적 요인이 아닌 인간 활동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생태계를 교란시켜 왔다. 제6의 대멸종은 바로 그에 대한 자연의 경고이자 반작용인 셈이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장기적으로 인류의 생존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건강한 생태계는 식량, 깨끗한 물, 깨끗한 공기 등 인간에게 필수적인 자연의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동식물 종의 멸종이 가속화되면서 생태계 서비스가 크게 저하되고, 먹이사슬 붕괴와 함께 자연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실제로 꿀벌 개체수 감소로 인한 작물 수분 위기, 해양 생태계 파괴로 인한 어획량 감소 등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문제다.

 

 

 

패러다임의 전환과 실천 방안

 

제6의 대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자연은 인류가 마음대로 착취하고 훼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외경심을 갖고 보호해야 할 생명 공동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서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 한다는 가치관의 확립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 협약 이행을 강화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정 및 기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자연자본의 가치를 경제 시스템에 반영하고, 생태계 훼손 기업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정책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전 교육과 인식 제고 활동을 활성화하고, 생활 속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일회용품 줄이기, 탄소발자국 낮추기 등 일상에서의 환경 보호 활동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공존과 상생의 지혜를 향하여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동식물 종이 사라져 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는 공존과 상생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자연을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 여겨온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과 노력이 중요하다. 작은 관심과 행동의 변화가 모여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소비, 생태 발자국 줄이기 등 일상에서의 환경 보호 활동이 의미 있는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아울러 야생동물 서식지 보전을 위한 제도적 노력도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핵심 서식지의 보호구역 지정을 확대하고, 밀렵·밀거래 근절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이는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한 과제다.

 

1992년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의 목표는 '생물다양성의 보전, 그 구성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 유전자원 활용 이익의 공평한 분배'였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실효성 있는 이행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 우리 모두의 각성과 노력으로 그 길을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