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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일본 컵라면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

밥먹자용 2024. 5. 3. 21:35

 

 

 

일본의 컵라면은 편의성과 다양한 맛,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71년 닛신식품의 창업주 안도 모모후쿠가 세계 최초로 컵라면을 발명한 이래, 일본 컵라면은 글로벌 간편식 시장을 선도해왔다. 특히 치킨라멘으로 유명한 닛신의 '컵누들'은 영어권에서 컵라면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일본 컵라면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일본 컵라면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온라인에서도 구매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일본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정작 대표적인 일본 음식인 컵라면의 수입과 유통은 매우 제한적이다.

 

 

 

까다로운 식품 수입 규제

 

일본 컵라면이 한국에 많이 수입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정부의 엄격한 식품 수입 규제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은 일본산 식품에 대한 검역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 한국은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모든 수산물과 27개 품목 농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그 외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에 대해서도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일본산 가공식품의 수입 신고 건수는 4,579건으로, 전체 수입식품의 2.3%에 불과하다. 컵라면과 같은 가공식품 역시 일본산 원료에 대한 규제, 까다로운 통관 절차 등으로 인해 수입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 배송의 장벽

 

 

개인이 직접 일본 컵라면을 구매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국제 우편을 이용할 경우 배송 기간이 매우 길뿐더러 분실의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국제 특급 우편(EMS)을 이용하면 빠른 배송이 가능하지만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부피가 큰 컵라면의 경우 배송 요금이 제품 가격을 웃도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식품이라는 특성상 유통기한 문제, 파손 우려 등으로 인해 일본 내 판매처에서조차 해외 발송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본 편의점에서 컵라면 10개를 EMS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거절당했다"는 사연이 공유되기도 했다. 식품 안전과 신선도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배송의 특성상 컵라면의 해외 배송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지 시장 선호도 문제

 

사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일본 컵라면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에는 이미 다양한 토종 브랜드 라면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 신라면, 삼양 삼양라면, 오뚜기 진라면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프리미엄급 컵라면 제품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일본 컵라면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은 매운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고추장이나 김치 등 한국 고유의 발효 식품 문화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편의점 컵라면 판매 순위를 보면 농심 신라면, 삼양 불닭볶음면 등 매운맛 라면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 컵라면은 한국인의 입맛에는 상대적으로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유통망의 부재

 

대형 유통업체나 편의점에서 일본 컵라면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수입 식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수입상이 제품을 들여오더라도 판매할 만한 채널이 부족한 탓에,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일본 현지 제조사의 경우, 수출보다는 내수 시장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유통망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한국 진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수입 컵라면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국내 유통사가 많지 않은 것도 일본 제품의 국내 유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마치며

 

 

일본 컵라면이 가진 매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요인에 의해 한국에서 만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정부 차원의 엄격한 수입 규제, 국제 배송 과정에서의 제약, 국내 시장 기호의 차이, 유통망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근 한일 간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일본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일본 컵라면의 국내 진출이 보다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정부 간 식품 교역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자국 상품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일본 정부 간의 협의와 소통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양국이 식품 위생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컵라면을 통한 문화 교류가 비즈니스를 넘어 한일 간 우호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